‘표절률’만 지키면 문제가 없다?…유사도 통해 표절 여부 검증하는 대학교 ‘주목’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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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이클릭아트)
[한국대학신문 김한울 기자] 석박사 학위를 취득하기 위해 대부분 대학원생들이 필수로 거쳐야 하는 과정이 있다. 그것은 바로 석박사 졸업 논문 작성이다. 실제로 대학원에서 논문을 쓰기는 그리 쉽지 않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석박사 논문을 통과하기 위해 정당한 방법으로 논문을 작성하는 사람도 있는 반면, 다른 사람의 논문을 베끼는 표절 행위를 통해 석박사 학위를 부당하게 취득하는 사례도 끊이지 않는다.
■ “논문 표절 막아라”… ‘카피킬러’ 비롯한 논문 표절검사 시스템의 등장 = 이처럼 논문 표절 논란이 끊이지 않자 2013년 교육부는 대학들에 ‘대학연구윤리 강화를 위한 협조 요청’을 대학들에게 전달했다. 표절로 얼룩진 대학 논문을 해결하고자 표절을 막을 논문 유사도 검증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자 했던 교육부의 복안이었다. 이를 기점으로 기존 교수들이 전적으로 맡았던 논문 검증과정을 대체할 논문 유사도 검증 시스템이 대부분 대학과 대학원 그리고 공공기관에 보급되기 시작했다.
특히 ‘카피킬러’로 대표되는 논문 유사도 검증 프로그램은 보유한 데이터베이스 자료들과 비교해 6어절 이상 일치 시 ‘표절’로 인식한다는 비교적 간단한 시스템과 1~2분 정도의 짧은 검사 시간으로 많은 대학과 기관에서 폭넓게 도입되기 시작했다. 학생들도 자신의 논문에 대한 신빙성과 표절하지 않았다는 당위성을 얻기 위해 논문 제출 전 최종 점검의 일환으로 해당 프로그램을 활용했다.
도입과 더불어 대학마다 논문 작성 시 일정 비율의 ‘표절률’을 넘지 않도록 하는 기준이 명확해지면서 논문 심사 시스템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논문 심사과정을 프로그램으로 대신 진행하면서 교수들은 심사 과정에 일일이 관여하던 이전과 다르게 프로그램의 검증을 거친 논문을 최종 심사하고 감독하는 관리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게 됐다. 이처럼 교수들은 시스템을 거친 논문에 혹시 모를 오류가 없는지 검토하고 학생들도 바뀐 시스템에 맞춰 각자 다니는 대학이나 대학원의 표절률 기준을 넘지 않기 위해 신경을 썼다. 이러면서 논문 표절을 방지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함께 관련 논란은 잊혀지는 듯 했다.
■ 허위 인용도 활용하는 문제점 노출… ‘인용’으로 논문 심사과정 ‘프리패스’ =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논문 유사도 검증 프로그램의 허점을 악용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표절을 막기 위해 정했던 표절률이 오히려 ‘표절률만 지키면 문제가 없다’라는 인식으로 변질되면서 논문 심사과정을 편하게 통과하기 위해 올바른 논문 작성 방법을 지키지 않고 ‘인용’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원래 대부분 논문에 활용하는 인용은 다른 논문 저자의 의견을 첨부함으로써 논문 자체의 신뢰성을 높이는 데 사용됐다.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대학원을 다니고 있는 양 모 씨는 “인용을 통해 자신이 쓴 논문이 타당한 이유를 가질 수 있고 공학계열의 경우 자신이 진행한 실험결과가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지표로 활용할 수 있기에 널리 활용하고 있다”며 “인용이 들어가지 않은 논문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고 응답했다.
이처럼 논문의 구성을 더욱 체계적으로 잡아주는 인용을 논문 내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현재 논문 유사도 검증 프로그램은 인용을 활용한 문구에 대해서는 기존 표절 기준을 적용하지 않고 표절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이런 허점이 드러나자 특히 석박사 학위과정을 거치기 위해 필요한 논문에서 대부분의 내용을 인용으로 포장해 표절률 기준을 억지로 충족시키는 논문 프리패스 현상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의 기사를 복사한 파일에 문장마다 인용만 첨부했을 뿐인데 표절률이 65%에서 0%로 나타났다. (사진=한국대학신문 DB)
■ 무분별 인용문 오타까지 똑같다··· 연구 윤리 훼손돼 = 문제는 인용으로 인식되는 순간 인용한 내용의 진위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제로 모 대학의 논문 검증 시스템을 활용해 본지의 기사를 그대로 복사해 표절률을 검사했더니 표절률 65%가 도출됐다. 데이터베이스에 있는 기사 내용과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사 문장의 끝마다 인용구(홍길동, 2022)를 넣어 다시 조사한 결과 표절률 0%라는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인용했다는 사실만 명시하면 내용을 표절해도 표절 여부를 가리기 어려움을 보여주는 예시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대학마다 갖춰진 논문 업로드 시스템에서 인용 및 출처 표시 문장을 포함 혹은 제외하는 시스템을 갖춘 곳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대학은 논문 검증 시 인용 및 출처 표시 문장을 제외하고 있다. 막상 인용 및 출처 표시 문장을 포함하더라도 해당 부분을 뺀 기준을 적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다보니 대부분이 인용으로 채워졌거나 인용된 참고문헌에 들어간 오타까지 그대로 반영된 논문이 버젓이 논문 심사기준을 통과하는 웃지 못하는 상황이 일어나고 있다. 심지어 인용 시 참고문헌에서 인용했다고 표기하는데 해당하는 참고문헌이 없는 경우도 허다하다. 인용을 악용한 논문 표절이 심각한 수준으로 일어나고 있다. 교육부는 표절을 △타인의 연구내용 전부 또는 일부를 출처를 표시하지 않고 그대로 활용하는 경우 △타인의 저작물의 단어·문장구조를 일부 변형해 사용하면서 출처표시를 하지 않는 경우 △타인의 독창적인 생각 등을 활용하면서 출처를 표시하지 않은 경우 △타인의 저작물을 번역해 활용하면서 출처를 표시하지 않은 경우로 규정하고 있다. 이 모든 규정은 인용 하나에 모두 무용지물로 전락했다.
모 대학의 논문 업로드 전 검사 설정을 살펴보면 인용/출처 표시문장을 제외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한국대학신문 DB)
■ 맞춤 논문 양산과 질 하락 가속화··· ‘교차율’ 활용하는 ‘Ref3(렙쓰리)’ 대안으로 떠올라 = 형식적 표절률만 따졌던 기존 유사도 검증 프로그램이 절대적 논문 통과 기준으로 자리 잡으면서 표절률만 낮으면 통과하는 이른바 ‘맞춤형 논문’이 양산되고 있다. 논문이 전하고자 하는 연구 내용의 탄탄함보다 논문 통과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투자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논문의 질은 하락하고 있다. ‘무차별 인용’을 방지할 새로운 대안이 필요한 시점에서 ‘Ref3(렙쓰리)’는 표절률을 보완할 새로운 기준 ‘교차율’을 제시했다.
교차율은 논문 내용의 인용과 참고문헌이 교차하는 정도를 판단하는 척도로 정상적인 논문의 경우 교차율 100%가 이뤄져야 한다. 표절의 진화 양상에 맞설 진화된 교차율 제시에 방향성을 맞춘 렙쓰리는 기존 논문 검증 프로그램이 확인하지 못하는 피인용의 빈도, 참고문헌의 연도별 빈도 등을 검사해 앞서 말했던 논문 심사 과정의 현 문제를 보완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주목받고 있다.
‘Ref3(렙쓰리)’는 논문 심사 과정의 문제에 대해 교육부 산하 연구윤리정보센터에 문의하는 과정도 거쳤다. 교육부 답변에 따르면 각주(내주) 등과 따옴표 사용 등 인용 표시를 철저히 했다고 해도 논문 전체에서 인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나치다는 판단되면 이는 사실상 ‘표절’에 해당한다. 이와 같은 실수가 나타난다면 논문 저자의 고의적인 부주의함과 무지로 이는 연구부적절 행위이며 인용에 해당하는 참고문헌이 없거나 원문과 내용이 상반된다면 연구부정행위와 다를 것 없다는 유권해석을 받은 셈이다. 랩쓰리는 이를 통해 ‘교차율’이 논문 검증 과정에서 중요한 요소로 작용될 수 있다는 당위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Ref3의 논문 교차율 검증 방식. (사진=Ref3 홈페이지 캡처)
■ ‘경쟁’이 아닌 ‘보완’··· “연구윤리 지켜나가고 싶다” = 현재 렙쓰리는 개인 회원에게 하루 2회 무료로 논문 검사를 제공하며 교차율 및 기본 결과확인서를 출력하는 서비스를, 유료 서비스인 기관회원에게는 개인 회원에게 보장된 서비스와 더불어 상세검사 서비스를 무제한 제공하고 있다. 실제로 대학원에 다니는 적잖은 석박사생들이 렙쓰리 프로그램을 활용해 논문의 타당성을 검토하고 자신의 논문을 개선하고 있다. 이미 널리 활용되고 있는 ‘카피킬러’와 같은 논문 검증 프로그램이 해결하지 못하는 부분을 잡아낼 수 있다는 점에서 유용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어서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도 교육부는 인용을 명확하게 표절의 범위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현실을 두고 ‘Ref3(렙쓰리)’ 발명자 박래진 실장은 바이러스와 백신의 관계를 예시로 들었다. 박 실장은 “현재 논문 검증 시스템에서 표절률만 활용해서는 제대로 된 논문 검증이 이뤄질 수 없다”며 “바이러스는 백신이라는 방패를 뚫기 위해 교묘해지고 강해지는 것처럼 백신도 끊임없이 단단해져야 한다. 렙쓰리가 목표하는 바는 현재 논문 검증 프로그램이 보지 못하는 교차율이라는 백신을 보완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실장은 “렙쓰리는 다른 프로그램의 단점을 부각하는 프로그램이 아닌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보완의 프로그램이라며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논문 심사 기준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렙쓰리가 추구하는 연구 윤리는 학문 공동체의 신뢰와 경쟁력 제고에 있다. 렙쓰리는 ‘여섯 단어만 검사해서 표절이 해결될 수 없다’, ‘인용의 표기오류, 누락도 표절’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박 실장은 “단순히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어 돈을 버는 것보다 현재 문제점이 발견된 시스템을 개선하고 연구 윤리를 확립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렙쓰리는 사용자들과 함께 만들어나가는 프로그램이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렙쓰리를 하나의 논문 검증 대안이자 미래로 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한울 기자 wool@unn.net
원본링크 https://news.unn.net/news/articleView.html?idxno=5380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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