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논문 표절…‘인용 표기 오류 누락’에 연구윤리 ‘빨간불’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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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신문 김한울 기자] 논문 표절이 갈수록 진화하고 있어 이를 걸러내야 할 대학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남의 문장과 인용까지 그대로 사용하는 교묘한 표절 및 짜깁기, 즉 2차 문헌 표절이 성행하면서 연구 윤리가 훼손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카피킬러’로 대표되는 검증 프로그램은 논문 표절 방지를 위해 수많은 대학에서 써왔다. 이 프로그램은 논문 표절에 대한 대학 나름의 해답이자 교수가 직접 검증하는 기존 방식보다 정확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또한 논문을 검증받아야 하는 학생들 입장에서 자신이 작성한 논문에 대한 신뢰성을 보장받을 수 있었기에 대부분 대학에서 검증 프로그램을 도입해 운용해왔다.
기존 검증 프로그램은 제출된 논문과 기존 자료 내용이 6어절 이상 일치 시 ‘표절’로 인식하고 잡아낸다. 다만 다른 사람의 논문 내용을 활용해 ‘인용’한다면 표절률에 걸리지 않고 넘어갈 수 있어 새로운 논문 내용의 인용과 참고문헌이 교차하는 정도를 판단하는 ‘교차율’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서울교대 교육전문대학원의 논란 논문 내용 중 일부. 동그라미 표시된 ‘다’와 마침표 사이 공간에 흰색의 작은 글씨로 인용 표기를 숨겼다. 해당 내용은 인용한 논문의 내용과 일치했다. (사진=한국대학신문 DB)
■ 교차율로 논문 들여다보니... 표절 숨기기 ‘수두룩’ = 이에 검증을 위해 대학 내부 검증 시스템을 거친 대학원 논문 중 교차율이 높지 않은 논문을 확인해봤다. 확인 결과, 대학과 대학원을 가리지 않고 교묘하게 인용문을 삽입하거나 인용을 했다고 명시했지만 실제로 해당 내용이 인용한 논문에 삽입되지 않은 경우가 다수 발견됐다.
서울교대 교육전문대학원의 경우 제출된 논문의 표절 여부 검증을 위해 표절률에 따라 △10% 미만 양호 △15% 미만 유의 △20% 미만 의심 △20% 이상 위험으로 논문을 검증하고 있다. 대학원 관계자는 “20% 미만인 ‘의심’에 해당하는 논문이 나온 경우 지도교수의 재지도를 거쳐 대학 내부 논문검증위원회의 검토를 거쳐 다시 제출하도록 돼 있다”며 “10% 미만 ‘양호’의 경우 심사위원장의 서명을 받아 최종 제출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서울교대 교육전문대학원 수학전공을 졸업한 김모씨가 제출한 논문(2019년 8월)을 살펴본 결과 참고문헌에 표기는 했지만 한 사람의 피인용을 99회나 과도하게 사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를 감추기 위해 김모씨는 문장의 끝마다 들어가는 종결어미 ‘다’와 마침표 간격 사이에 인용한 사람 이름과 해당 사람이 작성한 논문의 연도를 넣었다. 해당 내용을 종이 색과 같은 흰색의 작은 글씨로 표기해 표절을 회피하려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그렇게 적어낸 논문 내용은 인용했다고 밝힌 논문의 원문과 정확하게 일치했다. 인용했다고 밝힌 문헌들도 확인한 결과 일부 문건에서 아무런 정보가 발견되지 않았다.
논문 내용의 인용과 참고문헌은 100% 교차돼야 하지만 해당 논문은 교차율 검사 결과 46%로 드러났다. 표절률로 잡아낼 수 없었던 표절 여부를 교차율을 통해 잡아낸 것이다. 이를 통해 작성자가 단순 내용을 표절한 것이 아닌 다른 사람이 작성한 논문 전부를 자신이 쓴 것처럼 둔갑한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다.
해당 공백 사이에 들어간 인용의 경우 뒤에 표기된 인용자와 연도 문헌이 나오지 않는 ‘허위 인용’임이 드러났다. (사진=렙쓰리 제공)
■ 대학마다 다른 기준, 표절률에에 논문 신뢰성 ‘오락가락’ = 다른 대학도 마찬가지다. A대 박사 학위 과정 논문의 경우 서울교대 사례와 비슷하게 참고문헌에 누락, 오류, 오타 등이 다수 확인됐고 허위 인용 여부가 적발됐다. 또한 B 대학의 논문 중에서도 표절률 검사 결과 18%가 나왔지만 교차율 확인 결과 40.68%를 나타내며 인용 측면에서 문제가 있었음을 드러냈다. C 대학의 한 논문도 쌍따옴표를 사용하면 검증 프로그램이 인식하지 못하는 점을 악용해 인용한 논문의 내용을 그대로 활용했다.
더불어 해당 대학들이 사용하고 있는 검증 프로그램 기준이 다른 대학과 달라 표절률이 다르게 나타나는 경우도 빈번하다. 대학 내부 표절률 기준은 충족했으나 다른 대학의 검증 프로그램으로 조사한 결과 표절률이 50~60%을 넘기는 사례도 있어 대학마다 다른 표절률 기준에 논문 검증의 신뢰성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검사설정에 따라 표절률이 달라지는 점도 문제다. D대 대학원 관계자에 따르면 논문 검증을 위해 표절률 20%를 넘기면 통과할 수 없고 논문 담당 교수의 재확인을 거쳐야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D대 검증과정을 거친 한 논문의 경우 다른 대학의 검증 프로그램으로 조사했을 때 검사설정에서 인용 및 출처 표시문장을 제외한 표절률은 34%였지만 포함한 표절률은 50%를 나타냈다.
B 대학의 논문 중에서도 표절률이 18%지만 논문에 대한 교차율 검사결과 40.68%로 나와 100%의 절반도 못미치는 부실한 논문이었음이 밝혀졌다. (사진=렙쓰리 제공)
■ ‘진화하는 논문 표절’에 당하고 있는 대학 연구윤리 = 상황이 이러니 논문 표절을 막고 연구자 및 대학 등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해 세워진 각 대학의 연구윤리위원 단체는 맡고 있는 역할과는 무색하게 위원회는 새로운 표절 ‘인용’을 잡아내지 못하고 있다. 대학 내부 검증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있지만 검증 프로그램의 허점과 한계를 확인하기 힘들다는 시선도 있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대학 관계자는 인용이라는 새로운 표절 방식에 대해 “인용했다는 사실만 명시하면 다른 사람의 내용을 도용해도 표절 여부를 가리기 어려운 현 논문 검증 시스템에서는 잡아내기 힘든 것은 사실”이라며 “이미 통과된 논문에 대한 표절 제보가 들어오는 것은 위원회가 1차적으로 잡아내지 못한 잘못도 있지만 한정된 검증 방식으로는 앞으로 논문 표절을 잡기는 더더욱 어려워질 것이다”고 내다봤다.
또한 막상 표절 여부를 확인하거나 제보를 받는다고 해도 실제 표절을 했는지까지 확인하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소요된다. 실제로 제보했던 논문 표절 의심에 대한 답변이 1년이 지나서 도착하거나 타 논문 검증으로 인한 조사기간 연장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제보 답변이 미뤄지는 경우도 있었다.
■ 교차율 활용한다고 해도··· “논문 표절 범주 바로잡는 것이 우선” = 이런 문제의 대안으로 표절률로 잡을 수 없는 교차율 검증 프로그램이 나왔지만 아직 논문 표절 여부는 표절률로만 이뤄진다. 교차율 검증 프로그램 ‘렙쓰리’는 교육부 산하 연구윤리정보센터로부터 “논문 내 인용을 표기했지만 실제로 해당하는 문헌의 원문과 작성한 내용이 상반된다면 이는 연구부정행위”라는 답변을 받았지만 진화한 표절은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
현재 교육부가 밝힌 논문 표절의 범주는 △타인의 연구내용 전부 또는 일부를 출처를 표시하지 않고 그대로 활용하는 경우 △타인의 저작물의 단어·문장구조를 일부 변형해 사용하면서 출처표시를 하지 않는 경우 △타인의 독창적인 생각 등을 활용하면서 출처를 표시하지 않은 경우 △타인의 저작물을 번역해 활용하면서 출처를 표시하지 않은 경우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렙쓰리 관계자는 표절과 같은 지속적인 연구부정행위를 막기 위해 교육부 논문 표절의 범주 기준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동시에 교육부가 새로운 표절 문제를 직시하고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계자는 “현재 교육부에 명시된 논문 표절의 범주는 본문에 인용을 표기하지 않은 경우에 대한 규정뿐이다”며 “확실한 표절 방지를 위해 인용 표기 시 참고문헌에는 적시하지 않는 경우도 표절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표절 논문을 통해 학위를 획득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큰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또한 “현재 널리 활용되는 검증 프로그램은 교육부가 대학연구윤리 강화 지침을 대학들에 내린 이후에 활용됐다. 불거지고 있는 논문 표절 논란을 교육부가 인지해 관련 지침을 강화하고 표절 규정을 새롭게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한울 기자 wool@unn.net
원본링크 https://news.unn.net/news/articleView.html?idxno=5408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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